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주민들이 함께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을 나눴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한 상 앞에 앉았다. 상담소에서는 식사와 생필품 지원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을 이어주는 여러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 장면은 우리가 명절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명절 광고와 방송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이 자주 등장하지만, 현실의 가족은 훨씬 다양하다. 부모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도 있고, 자녀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으며, 가족과의 관계가 상처로 남아 일부러 거리를 두는 사람도 있다. 해외나 타지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가족이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명절의 온기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을 만날 수 없으면 이웃이 곁이 될 수 있고, 친구 한 사람의 전화가 명절 인사가 될 수 있으며, 혼자 먹는 한 끼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에게 “왜 안 내려가느냐”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교통비가 부담될 수도 있고, 선물이나 용돈을 준비하지 못해 가족을 만나는 일이 오히려 괴로울 수도 있다.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나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근황을 묻는 친척의 말 한마디도 압박이 될 수 있다.
이번 명절에는 묻는 말도 조금 부드러웠으면 한다. 직장은 어떻게 됐는지, 결혼은 언제 하는지, 아이는 왜 없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보다 “요즘 많이 힘들지는 않니”, “잘 지냈니”, “밥은 먹었니” 같은 말이 먼저였으면 한다. 답을 요구하는 질문보다 사람의 안부를 묻는 말이 명절에 더 어울린다.
그리고 혼자 있는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지금 혼자라는 사실이 당신이 덜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고향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명절을 잘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조용히 쉬어도 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도 되고, 오래 미뤄둔 잠을 자도 된다.
한가위의 넉넉함은 식탁의 크기나 모인 사람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예하바는 이번 추석이 누구에게도 외로움을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잠시라도 자신을 돌보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