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RESCENE)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노래나 음악방송 무대가 아니었다. 유튜브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두 젊은 여성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거제 출신 원이와 경주 출신 제나가 구수한 사투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대화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겼다. 잘 다듬어진 방송용 멘트보다는 실제 일상에서 오갈 법한 말투가 이어졌고, 지역 특유의 억양과 표현, 서로를 대하는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재미와 친근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흔히 아이돌 콘텐츠에서 예상하게 되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보다 두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던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이 두 사람이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원이와 막내 제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지켜보던 사람들이 사실은 아이돌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이돌이라는 정보를 먼저 접했다면 기존의 선입견이나 거리감을 가지고 바라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먼저 보고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리센느라는 그룹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인상에 그치지 않았다. 원이와 제나가 출연한 「하루종일 사투리만 써봤습니다」는 2026년 9월 5일 보도 기준 약 1,051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천만 조회를 넘어섰다.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이른바 ‘안원잘부’에서는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원이 근황」, 「저희도 리센느입니다..」, 「하루종일 사투리만 써봤습니다」 등 천만 조회 영상이 잇달아 나왔고, 채널 구독자도 9월 초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갸루’ 콘셉트의 화려하고 독특한 복장은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게 다가오지만, 원이와 주고받는 엉뚱하면서도 솔직한 대화 속에서는 오히려 강렬한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거제 야호’라는 말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갸루 차림의 미나미에게 원이가 그런 모습으로 거제에 가면 시민들에게 혼날 것이라고 말하자 미나미가 뜻밖에도 밝게 “거제, 야호”라고 받아친 장면이 온라인에서 크게 확산됐다. 특별한 유행어를 만들기 위해 계산된 문장이라기보다 대화 과정에서 우연히 나온 한마디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고, 그것이 하나의 밈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밈은 단순한 온라인 유행에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 거제와 연결된 콘텐츠가 크게 주목받았고, 거제시는 2026년 5월 리센느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후 리센느는 멤버들의 고향을 중심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도 인연을 넓혀 갔다. 한 아이돌 멤버의 지역적 정체성과 자연스러운 말 한마디가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 가운데 하나는 원이가 거제에서 낚시를 하면서 갯지렁이를 맨손으로 다루는 모습이었다. 흔히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조심스럽게 관리된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바닷가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지역 사람들과 대화하고, 갯지렁이를 직접 만지며 낚시하는 모습에서 화려한 무대 위 아이돌보다는 거제에서 자란 한 젊은 사람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이러한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잘 만들어진 이미지보다 사람이 먼저 보였기 때문이다.

리더 원이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멤버들에게 해야 할 말은 분명하게 하고 팀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기준을 잡으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권위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리더로서 중심을 잡고 팀이 움직일 방향을 정하는 모습에 가깝다.

일종의 ‘군기반장’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지만 그것은 부정적인 의미의 위계질서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함께 활동해야 하는 구성원 사이에서 필요한 기준을 세우고 리더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그런 리더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각자의 성격과 개성을 드러내면서 리센느라는 팀 전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기존 아이돌 그룹에서도 멤버들의 일상이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많았다. 따라서 리센느만이 전혀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리센느의 경우에는 사투리, 고향, 지역 문화, 멤버들 사이의 관계, 서로 다른 성격과 생활 방식이 콘텐츠의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아이돌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그 사람이 아이돌이었다’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간 과정이 흥미롭다.

그 결과 아이돌 문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어느 정도 거리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까지 리센느의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실제 멤버들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을 알아보는 연령층이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형성된 관심이 결국 그들의 본업인 음악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사람과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리센느라는 그룹을 알게 되고, 이후 리센느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2024년 발표된 ‘LOVE ATTACK’은 2026년 대중적 관심이 확대되면서 음원 차트를 역주행했고, 이후 정상권까지 올라갔다. 사람에 대한 호감이 그룹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전통적인 아이돌 흥행 과정에서는 좋은 노래나 강렬한 퍼포먼스로 먼저 그룹을 알린 뒤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가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리센느의 최근 확산 과정에서는 그 순서가 상당 부분 뒤집혔다. 콘텐츠와 사람을 먼저 알게 된 뒤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 흐름은 이제 유튜브와 음원 차트를 넘어 광고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CU는 리센느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면서 화제성과 성장성뿐 아니라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친근한 이미지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단순히 광고에 얼굴만 등장시키는 수준을 넘어 멤버들의 취향과 아이디어를 상품과 콘텐츠에 반영하는 방식의 협업도 추진했다.

2026년 9월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AI 기능을 소개하는 ‘대화를 하자’ 캠페인의 모델로 리센느를 선택했다. 카카오는 리센느의 친근한 이미지와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방식이 카카오톡이 지향하는 대화와 연결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광고시장에서도 리센느의 핵심 가치를 단순히 외모나 인지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친근함’과 ‘소통’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다.

2026년 9월 신인 아이돌 개인 브랜드평판에서는 원이 1위, 제나 2위, 리브 3위, 미나미 4위, 메이 5위로 리센느 다섯 멤버가 상위 5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 지표를 절대적인 인기 척도로 볼 필요는 없지만, 특정 멤버 한 사람에게만 관심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로 대중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하나의 참고 신호로 볼 수 있다.

리센느 열풍에서 더욱 의미 있게 보이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을 몇 편 만들어 낸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사투리를 재미있어했고, ‘거제 야호’라는 말에 웃었으며, 갸루 차림의 미나미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수개월 동안 관심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그 안에서 계속해서 보이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란 멤버들이 각자의 말투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일본에서 온 멤버가 한국의 지역 문화를 접하고, 리더와 막내가 티격태격하며 대화하고, 멤버들이 서로를 놀리면서도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관계 자체가 콘텐츠가 된 것이다.

AI가 글과 음악, 이미지와 영상까지 만들어 내는 시대에 오히려 이러한 모습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도 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는 앞으로 더욱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희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완벽함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말투와 경험, 지역성, 관계, 예상하지 못한 반응 같은 것일 수 있다.

리센느의 사투리와 ‘거제 야호’, 갯지렁이를 맨손으로 잡는 원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회의실에서 만들어 낸 완벽한 문구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모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센느 열풍을 단순한 연예계 현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에서 호감을 느끼며, 어떤 방식의 소통에서 거리감을 좁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미 그 변화를 읽고 있다. 편의점부터 정보기술 기업까지 리센느를 모델로 선택하면서 반복적으로 주목하는 가치가 친근함과 자연스러운 소통이다. 대중과 직접 관계를 맺어야 하는 조직이라면 이 현상을 한번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이 원하는 소통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창한 구호를 반복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준비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이돌의 인기 방식을 정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연예와 정치는 역할도 다르고 요구되는 책임의 무게도 다르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지를 살펴보는 데에는 분명 참고할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반드시 완벽하게 포장된 모습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말로 이야기하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숨기지 않으며, 사람들과 실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을 줄 때 오히려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 있다.

리센느 열풍의 시작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먼저 발견한 것은 사투리였고, 고향이었고, 엉뚱한 한마디였으며, 멤버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관계를 맺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친근함과 솔직함에 대한 호감이 결국 음악을 움직였고, 지역을 움직였으며, 광고시장까지 움직이고 있다.

대중은 무엇을 원하는가. 어쩌면 답은 생각보다 단순할지 모른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보다 먼저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것, 그리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리센느 열풍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흥미로운 메시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참고자료

조회수와 구독자 수는 변동되는 지표이므로 기사에 명시된 기준 시점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필자 소개

이명훈은 법학을 전공했으며 인공지능 행위의 책임귀속과 법적 지위, 책임법 문제를 다룬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해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논문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인공지능 법제·책임법과 인간·AI 협업, Agentic AI 및 다중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스템의 행위효과와 책임귀속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