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를 4회까지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우리는 1979년 10·26 이후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미 알고 있다.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했고, 대통령의 죽음 뒤에 권력의 공백이 생겼으며, 합동수사본부를 장악한 군부 세력이 전면으로 부상했다. 역사적 결말을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힘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역사 자체와 드라마의 허구를 먼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0·26 이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에 임명됐고, 이후 12·12 군사반란을 거치며 신군부가 권력의 핵심으로 전면 진출했다. 반면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백기태와 장건영을 비롯한 주요 인물과 이들의 관계, 거래, 충돌은 실제 역사 인물을 그대로 재현한 기록물이 아니라 역사적 시기를 배경으로 만든 팩션이다. 이 선을 분명히 할수록 오히려 작품의 연출적 선택이 더 잘 보인다.

시즌2는 이 실제 역사 위에 허구의 인물들을 밀어 넣는다. 백기태는 중앙정보부의 권력 내부에 있고, 장건영은 그를 추적하며 다시 충돌한다. 여기에 군부와 합동수사본부, 일본의 조직폭력배 네트워크까지 얽히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한국 현대사 재연을 넘어 권력을 차지하려는 여러 집단의 동시다발적 경쟁으로 확장된다.

특히 1회의 제목부터 ‘組長, 쿠미쵸: 일인자’다. 시즌1에서 이미 이케다 조직과 일본의 범죄 네트워크가 주요 축으로 제시됐고, 시즌2는 이 요소를 다시 권력 재편의 서사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것을 실제 1979년 권력구도와 일대일로 대응시키면 안 된다. 일본 조직폭력배와 한국 권력기관의 관계는 드라마가 확장한 허구의 서사 장치로 봐야 한다. 다만 이 장치 덕분에 권력 투쟁의 무대가 청와대와 정보기관, 군부 내부에만 갇히지 않고 국경 밖의 돈과 범죄 네트워크까지 넓어진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이 강한 이유는 이 복잡한 관계를 계속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대사로만 말하지 않고, 누가 방의 중앙에 앉아 있는지, 누가 문밖에서 기다리는지, 누가 전화를 먼저 끊는지, 누가 상대를 내려다보거나 기다리게 하는지 같은 장면의 배치로 보여준다. 복도와 사무실, 차량, 회의실처럼 폐쇄된 공간이 단순한 시대 재현 세트가 아니라 인물 간 위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시대극은 제작비를 많이 썼다는 사실만으로 설득력이 생기지 않는다. 오래된 자동차와 전화기, 의상과 간판을 많이 배치한다고 1979년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물건들이 인물의 행동과 권력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능하느냐는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적어도 1~4회에서는 시대의 외형을 과시하기보다 인물들이 그 시대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밀도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시청자가 역사의 큰 흐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작품이 약점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10·26 이후 합동수사본부와 군부가 어떤 위치로 올라가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극의 긴장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서 나오기 어렵다. 대신 드라마는 ‘이미 정해진 역사 속에서 이 허구의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구를 이용하며, 어디에서 무너질 것인가’로 질문을 바꾼다.

이 방식은 팩션이 역사적 사건을 활용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실제 사건의 결말을 억지로 비틀지 않고, 그 사건으로 향하는 길목과 사건 사이의 빈 공간에 허구의 욕망을 배치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역사적 결과를 알지만 인물의 결과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결말을 아는데도 긴장이 유지된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이 대비가 분명하다. 현빈이 연기하는 백기태는 1~4회에서 작품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큰 동작이나 큰 목소리보다 표정과 시선, 침묵을 오래 유지하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신감과 그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동시에 만든다. 이미 힘을 가진 인물이 더 큰 힘을 원할 때 생기는 탐욕이 과장된 선언보다 절제된 반응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우성이 연기하는 장건영은 그 반대쪽에 있다. 인물의 분노와 집요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백기태를 압박한다. 다만 필자의 시선에서는 일부 장면에서 감정의 강도가 장면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먼저 치고 나가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캐릭터의 압박감은 분명하지만 주변 인물과 장면이 절제돼 있을수록 그 강한 표현이 다소 과장돼 보이는 대목이 생긴다.

그렇다고 두 연기의 차이를 단순히 누가 더 잘하고 못한다는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백기태의 절제와 장건영의 직선적인 에너지가 부딪치면서 두 인물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한쪽은 권력을 움켜쥔 채 감정을 감추고, 다른 한쪽은 그 권력을 향해 감정을 밀어붙인다. 연기의 온도 차이가 서사의 충돌로 이어질 때 이 드라마가 가장 살아난다.

4회까지의 흐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실존 역사와 허구 인물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작품이 실제 인물의 이름과 사건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다큐멘터리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역사적 맥락을 지나치게 비틀었다면 현실의 비극적 사건을 단순한 오락 장치로 소비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지금까지는 알려진 역사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허구의 거래와 배신, 욕망을 끼워 넣는 방식을 택한다.

물론 이 방식은 끝까지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역사와 드라마적 허구가 가까이 붙을수록 시청자는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실제 역사로 오인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보부, 합동수사본부, 10·26과 12·12처럼 한국 현대사에서 의미가 큰 사건을 활용할 때는 작품을 보는 사람도 ‘실제로 있었던 일’과 ‘극적 상상으로 만든 연결’을 구분해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역사적 사실성을 확인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작업이다.

그럼에도 현재 공개된 1~4회를 기준으로 보면, 우민호 감독은 자신이 잘 다루는 권력의 폐쇄 공간을 이번에는 1979년의 국가기관과 범죄 네트워크 안으로 옮겨놓았다.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지보다 누가 다음 권력을 먼저 읽는지를 보여주고,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뒤의 혼란을 인물들의 생존과 욕망의 문제로 전환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가 흥미로운 이유는 역사를 몰라서가 아니라 역사를 알기 때문에 더 긴장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10·26 이후의 결말은 이미 기록돼 있다. 그러나 그 기록 사이에 어떤 인간의 욕망을 놓고, 어떤 공간과 시선으로 다시 보여주느냐에 따라 익숙한 현대사는 다시 서스펜스가 된다. 1~4회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강한 성취는 바로 그 재구성의 힘이다.

참고자료

필자 소개

이명훈은 법학을 전공했으며 인공지능 행위의 책임귀속과 법적 지위, 책임법 문제를 다룬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해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논문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인공지능 법제·책임법과 인간·AI 협업, Agentic AI 및 다중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스템의 행위효과와 책임귀속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