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9월 18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필자가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사과가 부족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당황했다고 인정했고, “언제나 국민이 옳다”고 말했다.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도 했고,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문제의 중심에 놓았느냐는 데 있다.

같은 날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7%, 부정평가는 56%였다. 조사는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부정평가 이유는 부동산 정책 20%, 인사 16%, 경제·민생 9% 순이었다. 부동산은 7월 넷째 주부터 부정평가 이유 1위를 이어왔고, 장관 인선 이후에는 인사 문제가 그 뒤를 따랐다. 여론조사가 지지율 하락의 모든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민이 무엇을 불만으로 지목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반성의 언어와 원인의 언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에 대한 존중과 소통, 통합을 강조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후보 시절과 다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말은 시장과 외교, 행정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절제되고 신중해야 한다. 필자 역시 대통령이 예전의 직설적 정치인 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품격과 절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절제와 모호함은 같은 것이 아니다. 국민이 가장 크게 문제 삼은 항목이 부동산과 인사라면, 그 두 문제를 정면으로 진단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소통이 부족했다”는 표현은 태도에 대한 반성이지만 정책과 인사 판단의 오류가 있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필자가 기자회견에서 느낀 가장 큰 실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 책임을 피했다는 뜻이 아니라, 책임을 인정하는 언어가 문제의 원인을 충분히 좁혀 들어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강점으로 오랫동안 거론돼 온 것은 직설성이었다. 지지자들이 흔히 ‘사이다’라고 불렀던 이유도 복잡한 정치적 수사를 거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던지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된 뒤 언어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정치적 품격이 구체적인 책임을 흐리는 말로 바뀌어서는 곤란하다. 부동산이 문제라면 부동산이라고 말하고, 인사가 문제라면 인사라고 말하며,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유지할 정책은 근거를 들어 설득해야 한다.

부동산은 소통보다 결과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밝혔고, 총리실이 매일 점검하며 자신도 일주일마다 진척 상황을 보고받는다고 설명했다. 공급과 규제, 세제를 함께 사용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방향도 재확인했다. 이는 정부가 공급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공급 진행을 챙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정책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의지보다 결과로 평가받는다. 공급 계획이 실제 인허가와 착공, 입주로 이어지는지, 대출과 세제 정책이 실수요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월세 부담이 줄어드는지, 수도권 가격이 안정되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정책의 목적이 선하다는 것과 정책의 효과가 좋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발표문의 문장보다 주거비와 거래 가능성, 자산 가치의 변화다.

필자가 특히 경계하는 것은 부동산 문제를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단순한 대립으로 읽는 방식이다. 투기와 불공정 거래를 억제하는 것은 정부의 정당한 역할이지만, 주택 보유 자체를 선악의 문제처럼 다루면 현실은 설명되지 않는다. 상속과 가족 사정, 지방 주택, 장기 임대, 노후 준비처럼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정책은 사람을 낙인찍는 언어보다 거래와 공급, 세금과 금융의 실제 효과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정책 신뢰의 문제도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희생과 기준을 요구한다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사람들도 같은 기준 위에 서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이 국민에게만 일방적으로 적용된다고 느껴지는 순간 정책의 설득력은 약해진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과 싸워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신호를 읽고 주거 안정을 만드는 문제다.

인사는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9월 13일 자진 사퇴했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9월 19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그의 임명 여부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8월 30일 개각에서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셈이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검증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후보자의 재산과 이해충돌, 과거 행적, 가족 관련 의혹, 경력과 발언을 얼마나 충분히 확인했는지는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인사 문제의 책임을 설명할 수는 없다. 시스템은 자료를 모으고 위험을 보고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누구를 지명할지는 대통령의 판단이다.

그래서 반복되는 인사 논란은 검증과 선택을 나눠 봐야 한다. 검증 단계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그 자료를 보고도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최종 인사권자이고, 대통령 자신도 기자회견에서 인사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사 실패에 대한 설명도 시스템이라는 단어 뒤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골랐고, 다음 인선에서는 무엇을 바꿀 것인지까지 말해야 한다.

김승원 후보자 자진사퇴와 대통령 기자회견 공방 YTN 뉴스와이드 영상 썸네일 YouTube · YTN 뉴스와이드 김승원 후보자 자진사퇴…이 대통령 기자회견 공방 ↗

김승원 후보자의 사퇴와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인사 논란을 여야 시각에서 함께 다룬 방송입니다.

직접 소통과 정확한 소통

SNS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에게 국정 방향을 설명하는 방식은 현대 정치에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메시지를 자주 내는 것과 국민이 제기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직접 소통은 통로이고, 소통의 성패는 그 통로를 통해 어떤 답을 내놓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질문이 공급과 가격, 세금과 대출이라면 그 질문에 숫자와 일정으로 답해야 한다. 인사에 대한 질문이 왜 이 사람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라면 선택 기준과 검증 실패 지점을 설명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불만을 모두 소통 부족으로 묶는 순간 문제는 추상화된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보다 정책을 어떻게 바꾸거나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와야 하는 이유다.

지지율보다 진단이 중요하다

현재의 지지율이 앞으로 반등할지 더 내려갈지는 누구도 확정할 수 없다. 경제와 민생, 부동산 가격, 인사, 외교·안보, 정치적 사건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반드시 회복하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여론조사 숫자를 두려워하는 일이 아니라 숫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확히 읽는 일이다.

9월 18일 조사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 부정평가 이유는 부동산과 인사였다. 이 결과 하나로 모든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 여론에 따라 국정 방향을 매번 바꾸라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유지할 정책이라면 왜 필요한지 더 분명하게 설명하고, 잘못된 정책이라면 빨리 고치며, 인사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선택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의 힘은 모든 비판을 이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틀린 부분을 인정하고도 국정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데서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지층과 반대층을 나누기 전에 정책의 결과를 먼저 봐야 하고, 개혁에 대한 반발과 정책 자체에 대한 불만을 구분해야 한다. 국민이 반대한다고 해서 모두 기득권의 저항인 것도 아니고, 정부가 개혁을 말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 선택이 자동으로 옳아지는 것도 아니다. 국정은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수많은 이해관계와 현실 조건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필자가 말하는 ‘대국적 정치’는 거창한 수사가 아니다. 문제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고, 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하며, 잘못된 것은 고치고, 유지해야 할 정책은 근거와 결과로 설득하는 정치다. 대통령의 언어가 후보 시절보다 절제될 수는 있어도 책임까지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부동산과 인사에서 국민이 던진 질문에 더 정확하게 답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필자 소개

이명훈은 법학을 전공했으며 인공지능 행위의 책임귀속과 법적 지위, 책임법 문제를 다룬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해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논문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인공지능 법제·책임법과 인간·AI 협업, Agentic AI 및 다중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스템의 행위효과와 책임귀속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